안녕하세요! 메리포핀스 레터의 유인입니다. 2번째 레터로 인사드려요. ◠‿◠
계절이 바뀌며 날씨가 변덕스럽게 오락가락하는 요즘입니다. 패딩을 장롱 안에 들여놨다 꺼냈다하는 사이 벌써 3월의 절반이 지나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구독자님은 새해가 시작되고 지난 2달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저는 새해 계획을 따라 힘차게 걸어보는게 목표였는데 1월부터 ‘무기력’이라는 큰 앞에 가로막혀 많은 시간을 헤맸습니다. 코로나 블루와 함께 대한민국이 집단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봤는데 그게 저에게도 해당될 될 줄은 몰랐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전 무기력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사람이었거든요. 창업과 도전에 관한 에세이를 출간한지 갓 1년이 되기도 했고요.🥹
글을 쓰고 있는 저는 메리포핀스에서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뉴스레터 발행 초기이니 소개가 좀 잦아도 이해 부탁드릴게요🥹) 혈기왕성하게 창업을 하고 사업을 확장해나갔던 지난 2년과 달리, 지금은 사업 초기처럼 스스로 무언가를 창의적으로 생각해내지 않는 시기가 왔습니다. 스튜디오 운영 방식이 익숙해져서 매너리즘이 온데다가, 올 1월은 1년 중에 가장 스튜디오 예약율이 낮은 달이기까지 했어요. 겨우 월세를 메꾸고 나서 저는 서서히 치열하게 사는 일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렸어요. 하루를 시작하면 해야 하는 일만 허겁지겁 해내고 틈만 나면 잠을 잤습니다. 집에서 캠핑 의자와 담요까지 가져와서 말이에요. 스튜디오에 방문하는 손님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난방비가 2배나 더 많이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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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포핀스 대표님께 죄송하지만 책상에 편하게 엎드려서 자기 위해 제 책을 착착 쌓아서 안정적인 얼굴 받침대를 만드는 몹쓸 짓도 했는데요. 얼굴에 책 모서리 자국을 진하게 남긴 채, 하나도 개운치 않은 컨디션으로 깨고 나서야 소위 말하는’ 현타(현실자각타임)’이 찾아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꽤나 도전적인 메시지로 책을 냈으면서 쉴 틈만 생기면 어디든, 본인이 낸 책 위에도 냅다 누워버리는 제 상태가 우습고 어이없게 느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나의 생각을 묶어 책을 낸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정신차려야지.. 정신차려야지..하면서 다시 ‘작은 상점의 짭짤한 재미’를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삶의 의욕을 충전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기력이 충만한 상태가 되었고, 언젠가 구독자님께도 불현듯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뉴스레터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공유해보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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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던 만큼 저만의 무기력증 극복방법도 알차게 소개해볼게요.
저는 무엇이든 항상 소소한 도움이 되길 원하니까요.
구독자님의 상황에 맞게! 소소하게 적용해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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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무기력’의 조건들을 분석합니다.
사실 전 무기력을 벗어나자, 라는 말이 이 상황 해결에 가장 큰 허들로 느껴졌어요.
무기력을 벗어나야 잘 살 수 있는 건 알겠는데 그러나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이 상태를 ‘있어야 할 기력이 없는’, 의욕의 실종 상태로 재정의해보았습니다.
지금 나에게 무언가가 없고, 찾아야 한다라고 생각하니 답이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목표를 무기력 탈출 말고, 집나간 의욕 찾기로 수정하고 나니 서서히 해결책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네이버 지식in에 들어가 무기력에 대해 검색을 해봤어요. 여러 글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는데, [의욕이 없다, 무기력하다]는 말 앞에 공식처럼 ‘재미가 없다’라는 말이 짝궁처럼 붙어다닌다는 거였어요.
그럼 ‘재미가 없는 상태’부터 해결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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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살짝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창한 재미 말고, 사소한 재미를 찾아야 해요.
갑자기 재미를 위해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큰 계획을 세우면 괜히 기대가 커져서 더 무기력해질 수 있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휴대폰에 설치한 어플 한 번씩 다 열어보기를 추천드립니다.
자주 쓰는 어플들 말고요. 설치해놓고 잊어버린 어플들을 찾아 하나하나 다 접속해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거의 100여 개의 앱이 깔려 있더라구요.
그걸 일일이 눌러서 들어가보면 할 일이 참 많아집니다.
그냥 둘러보기만 해도 재미가 덤으로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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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깔아놓고 잊어버렸던 게임 한판씩 다시 해보기
② 오래 잊고 있던 포인트 찾아서 사용하거나 전환하기
③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서비스 다시 살펴보기
④ 메모나 일정 관리 앱에 들어가 지난날 내가 남긴 기록들 살펴보기
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앱 삭제해서 휴대폰 용량 확보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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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저마다 다 다를테지요. 저는 주변 사람들 소개팅 시켜줄 때 가장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남의 연애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건가 싶은데, 이상하게도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시청하지 않아요.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그냥 결론이 날 때까지 바라보고만 있어야하기 때문이었어요. 전 소개팅을 주선하는 입장에서 힌트를 주거나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하는 일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여러 조건과 일화들을 떠올리며 지난 제 생각과 행동을 뜯어보니 제가 '연애 이야기' 자체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설레고 긴장되는, 그리고 미래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언해주는 것을 좋아한다]에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마치 담임 선생님이 행동발달사항 적듯이 '얘는 이런 사람이야!' 하고 적어보세요.) 저도 몰랐던 사실이라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파고 들어가며 그곳에 숨어있는 의외의 원리 하나를 발견하면 거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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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재미있는 책 읽기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고 하잖아요. 전 무기력할 때 책을 읽는 것만큼 삶을 더 재미없게 만드는 행위가 있을까..하고 생각하는 편이었어요.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유익한 책 만큼이나 ‘재미있는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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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재미있는 책들❤ ⋆⁺₊⋆ ⋆⁺₊⋆
‘필요한 물건이 바로 손에 잡히는 완벽 정리술’ (지금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책의 종말’ (책의 종말을 논하는 책이라니!)
‘엽기 조선왕조실록’ (엽기 두 글자가 붙었을 뿐인데 눈이 감)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 (가만히 앉아서 이런 것까지 알 수 있다니 세상 좋아졌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그러게 내가 왜 그랬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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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요리와는 인연이 없지만 그래도 굳이 요리책 코너를 맴돌다가 칵테일에 관한 책을 하나 샀어요. 사진이 예뻐서 샀는데, 생각보다 레시피가 간단하더라고요. 이제 몇 종류는 직접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놀러 온 친구들에게 칵테일 만들어주기는 이제 제 일상의 새로운 재미가 되었어요.
요리, 건축, 교육 등등.. 평소에 갈 일이 거의 없었던 구역에 일부러 가서 서성여보세요.
세상엔 재미있는 책이 많아서, 생각보다 재미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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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글쓰기
최근에 경험한 공간들에 대해 일기처럼 정리해 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정보성을 배제하고 철저히 내가 관찰한 것들, 나의 생각, 의식의 흐름 위주로요. 제가 썼던 글 중에 하나를 예시로 보여드릴게요.
(뉴스레터라서 공손한 존댓말로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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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카페
매일 같은 공간에 있으니 하루는 나가서 일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랜만에 작업하기 좋은 카페를 찾아 나섰어요. 내부 풍경이 맘에 쏙 드는 한 카페를 발견했는데, 집과도 가깝고 일정 금액을 내면 지정석을 예약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여러 후기를 보고 자리가 푹신하다는 명당을 예약했지요. 제가 도착했을 땐 이미 그 자리에 다른 손님이 앉아 바쁘게 일에 집중하고 계시더라고요. 20분 정도 다른 자리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직원분이 손님께 예약석이라고 양해를 구해서 자리를 비워주셨어요. 역시 돈을 더 내고 예약한 만큼 의자가 너무 푹신했어요. 책상도 제 사무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컸고, 음악, 조명할 것 없이 업무에 몰입을 도와주는 최적의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리가 예약된 줄 모르고 모든 업무 환경을 세팅하셨던 그 손님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작은 책상과 딱딱한 의자로 옮겨 불편하게 앉아계신 것을 보자 집중이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그분의 편안할 수도 있었던 시간을 제 돈으로 빼앗은 것 같아서 좀 슬펐습니다. 하필 플레이리스트에서 구슬픈 노래가 연달아 나왔고, 또 하필 나오는 노래들마다 제 취향이라서… 곡이 끝나기 전에 허겁지겁 음악검색으로 제목들을 찾아내 유튜브뮤직 재생목록에 추가했어요. 그럼에도, 예약한 시간의 절반도 이용하지 못하고 카페를 나왔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아주 다운됐던 것만은 아니었어요. 선곡이 끝내줬고, 커피가 맛있었고, 비치된 책들도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어요. 마음에 쏙 들었던 공간이라 몇 번 더 재방문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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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요. 이미 지난 시간이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을 적으면, 내가 살았던 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과정에서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제가 위에 쓴 것처럼 가볍게 글을 써보며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나’에 관한 감각을 한 번 경험해 보시길 추천해드려요. 더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뉴스레터가 너무 길어져서 이만 줄이려고 해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한 끝에 지금은 무기력에서 벗어나 이렇게 의욕적으로 뉴스레터를 적고 있답니다. 지금 뉴스레터 적는 것도 저는 너무 재미있어요.
이번 ‘무기력’ 편이 한 분에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저도 앞으로도 끊임없이 의욕, 재미, 무기력에 대해 더 연구해서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또다른 의욕 하나를 새로 가지고 이번 편을 마무리합니다.
봄에 어울리는 노래 하나를 추천해주세요. 일할 때 듣기 좋은 노래면 더 좋아요. 저도 한 곡 놓고 갈게요.
[Ahv-Caroline] https://www.youtube.com/watch?v=ZOOTBl6sOb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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